소개글
파란시선 98권. 홍신선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젠가부터 두드러진 형세와 윤곽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불가(佛家)의 상상력이 그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적 성좌의 빛살로 쏟아져 내린다. 세상의 온갖 사물들에 감춰진 광명변조(光明遍照)의 자취를 보고 듣고 어루만지려는 심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당대(唐代) 조사선(祖師禪) 어록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두두물물(頭頭物物)’, 그것에 주름진 “의미와 값”을 더불어 살고 있을 ‘가재골’에서의 마음 풍경은 이 시집 마디마디에 벼려진 ‘화화초초(花花草草)’의 만상을 낳는 이미지의 터전이자 동역학의 불꽃으로 깃든다.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자연 사물의 형상들은 단순한 시적 이미지를 넘어서, 불가의 사유와 교리들을 순도 높게 응축한 상호 반조(返照)의 별자리로 빛난다. 나아가 ‘법신불’을 이루는 저토록 비루한 동시에 고귀한 불성으로 에둘러진 ‘두두물물 화화초초’의 이미지들이란 최근 귀착한 ‘가재골’에서 시인이 그야말로 청정한 몸과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징표일 것이다.
한줄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