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골목의 소요자를 자처하며, 이미 각자의 사연과 모양으로 완성된 풍경을 마주치고 끌어안는 시인의 넉넉한 눈동자에 기대어 잠시 떠나간 것들의 자리를 유랑하는 일이다. “불을 켜둔 집들 사이/대문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서도, 시인은 “이 거리는 깨어나지 않으려 한다/이 거리는 막 잠에 들려고 한다”의 조심스러움을 움켜쥔 채 거리에 나선다. 계속되는 이 걸음에 우리는 시인이 고른 문장에 눈 맞추고, 골목을 소요하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김예강 시인의 시는 그 골목을 누비는 어둠의 지팡이처럼 길게 자라나 우리 곁으로 도착해 있는 ‘둘레’를 생각하게 하고, 분주함과 분주함 사이에서 숨을 곳을 찾던 연약한 것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우리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인을 만나 기약 없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서도 씩씩하게 가볼 수 있게 된다.
한줄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