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파란시선 27권. 권정일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권정일 시인의 이번 시집은 ‘우리’라는 관습적 발화를 의심하고, 또 그 말의 일상적 의미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 그러한 말에 대한 의심과 주저는 모든 시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러한 의심과 주저 끝에 다시 힘겹게 ‘우리’를 말한다. 이 시집은 어쩌면 그 말을 실험하기 위하여, 그 말을 탐구하기 위하여, 그 말을 도출하기 위하여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그 시편들에서 ‘우리’라는 대명사의 빈약한 출현 빈도는 그러한 ‘우리’의 발화가 매끄럽게 수행되는 일의 어려움을 진작부터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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