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도 분석 철학에서 다루는 철학적 주제들을 철학사적인 개관 없이, 말 그대로 문제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목차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눈여겨보면, 그것들이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분석 철학의 주된 관심 사항이자 중심 개념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프레게를 태두로 하여 분석 철학이 성립한 후 지난 한 세기를 거치면서, 럿셀, 비트겐슈타인, 에이어, 슐릭, 카르납, 포퍼, 콰인, 오스틴, 그라이스, 썰, 퍼트남, 크립키, 데이빗슨, 더밋 등 쟁쟁한 학자들이 명제, 필연성, 분석성, 존재, 전제, 기술, 진리, 의미, 지시, 검증, 용도, 실재론, 반실재론 등과 같은 문제들을 놓고 끊임없는 논쟁과 설전을 벌여왔다. 바로 이런 개념들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사유 틀을 규제하고 또 세계관을 결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석 철학의 기본 목표가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사고의 논리적 명료화에 있고, 철학적 활동이 본질적으로 해명과 치유에 있다면, 이 책은 그러한 분석 철학의 정신을 그야말로 충실하게 재현하고 훈련시키는 보기 드문 역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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