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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2025 힐링하는 글쓰기] 엄다솜 교육생 수필: 나의 물음표

조회수 85 작성자 아이**02 등록일 2025-09-26 좋아요 0

도서명2025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문장이 될 때

저자백선순, 신나라, 심연숙, 안시아, 엄다솜, 정은교,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수필] 나의 물음표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궁금한 게 많다. 동요를 좋아하고, 아이처럼 이런저런 상상을 해서 그럴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법한 것들을 찾아내, 짧은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즐겁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한다. 내 기억 속 엉뚱한 질문의 시작은 2001년 봄이다. 학교 선생님께서 입춘이 지나면 봄이라고 하셔서 틈나는 대로 화단에 나가 나무들을 관찰했다.
  새싹은 대체 언제 나올까?
  꽃은 언제 필까?
  나뭇잎은 언제 커질까?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했고, 손끝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맹아원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새싹은 언제 나와요?”
  아홉 살 어린이에게 한 달은 참 길었다. 언니들과 함께 동요를 수십 번 불러도 시간이 안 간다고 느꼈던 것은, 체감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서였겠지?
  “노래하러 갔다 오면 나올 거야.”
  노래하러 갔다 오면 나올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알쏭달쏭한 답이었지만, 어린 나는 4월 15일을 기억해 냈다. 언니들과 함께 〈열려라 동요세상〉 녹화를 위해 방송국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게도,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방송국에 다녀온 다음 날부터 가지마다 아주 작은 잎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그 선생님은 그걸 어떻게 아셨을까? '언제'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고 구체적으로 대답해 주신 거겠지?
  어른이 된 지금, 누구도 답해줄 수 없을 것 같은 질문 네 가지가 있다.
  나무들도 새잎이 날 때 몸이 간지러울까?
  구름과 노을의 촉감은 어떨까?
  색깔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동물과 식물들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에 만족할까?
  지인에게 위의 네 가지 질문을 한 일이 있다. 시원하게 대답해 준 사람은 없었지만, 똑같이 궁금해 했다. 한 번쯤 같이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 공감을 얻는다.
  나는 앞으로도 물음표를 간직하고 살 것이다. 물음표는, 다음 생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물음표'라는 단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나 보다. 때때로 영감을 주어 새로운 노래를 만들게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기분 전환을 돕는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머리가 복잡할 때도 있지만, 재미있는 상상으로 이끌어 주는 힘. 나는 오늘도 그 힘을 느끼며 살아간다.
  만약, 세상 모든 물음표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상상하는 재미가 없어지겠지?

 

* 해당 글은 2025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교육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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