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90 작성자 아이**02 등록일 2025-11-07 좋아요 2
도서명2025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문장이 될 때
저자백선순, 신나라, 심연숙, 안시아, 엄다솜, 정은교,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소설] 소중한 마음
2004년의 어느 6월 더워지는 초여름 날씨 손에 작은 선풍기를 들고 퇴근길 지하철을 향해 연옥은 함께 일하고 점심도 퇴근길도 함께하는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걷기 시작하였다. 더운 날씨에 그녀의 팔을 잡고 가야 하는 것이 상당히 미안한 일이지만 다 표현할 수는 없기에 연옥은 마음속에 담아만 두기로 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근로지원인인 희숙은 나에게 묵직한 쇼핑백을 건네주며 맛은 보장 못 하지만 내가 한 거니 먹으라고 살며시 웃어주었다. 순간 놀란 마음과 뭐라고 답을 해야 좋은지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고 그저 고맙다는 한마디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집에 도착한 연옥은 정성스레 담아둔 반찬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았다. 혹시 상할까 싶어 얼음팩을 사이사이 둔 얌전한 모양새이다. 미역국이 샐까 싶어 여러 번 비닐에도 다시 담아 풀기 쉽게 묶어놓은 배려심, 아마도 내가 미역국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가져온 듯하다. 다른 통에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열무김치 그리고 딱 봐도 정성이 가득한 우렁쌈장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이무침이 있었다. 너무나 잘 담긴 모양은 누가 봐도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맛을 볼 새도 없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친정어머니가 일찍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십 년을 서툴기만 한 솜씨로 부모님의 식사를 책임져야만 했다. 그때는 다행히 저시력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음식 만드는 것은 가능하였기에 친정어머니로부터 배운 음식들로 그리고 주변의 도움으로 아주 잘은 아니지만 남들 하는 만큼은 하며 두 분 잘 모실 수 있었다. 김치는 그녀의 어머니 솜씨를 따라갈 수 없었기에 늘 이모에게 협찬을 받았다. 그래도 부모님 생신 명절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고민해야 했고 2주 전부터는 준비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런 생각들에 지금도 누군가 해준 음식은 맛을 떠나 무조건 맛있게 그릇을 비우곤 한다.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에 활동지원사분께 사와 달라 부탁을 드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어떤 일이든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 연옥의 마음을 알았을까? 희숙의 쇼핑백 안에는 음식을 하는데 쓴 시간과 재료 말고도 그녀의 마음 배려 정성이 가득 들어있다는 걸 알기에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흔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식구 먹는 거 하는 김에 하는 건데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옥의 생각은 다르다 남에게 주는 음식은 더욱더 신경이 쓰이는 거고, 내 가족이 먹는 거야 할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많지만 매일 반찬을 하고 국을 끓이고 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닌데 그걸 누군가를 위해 더 만들고 또 담아 포장하고 더구나 직장생활을 하며 한다는 건 더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아침 출근 준비도 바쁜데, 이 무거운 걸 들고 지하철 환승해 가며 왔다고 생각하니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과 동시에 눈물이 나왔던 것이다.
이 마음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 싶어 고민하다 핸드폰에 문자를 보냈다. 정성 잘 먹었다고, 아주 맛있다고.
그녀의 눈앞은 비록 깜깜하지만 주변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천사분들이 있기에 더 이상 외롭지도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다짐해 본다. 이런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을 찾고만 있었는데 내가 더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모습 보여주는 걸로 보답을 해야겠다고.
* 해당 글은 2025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교육생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