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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2026 힐링하는 글쓰기] 안시아: 황보살의 선택

조회수 13 작성자 아이**04 등록일 2026-07-31 좋아요 0

도서명2026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빛이 될 때

저자권희정, 김영락, 민경, 수연, 안시아, 엄다솜, 이민혁, 정솔,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소설] 황보살의 선택

 

새벽 한 시가 시작되었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샤워를 하고 세수를 마친 뒤 단정한 한복으로 갈아입고 신령님 단상의 물그릇을 다 비워 냈다. 주전자로 물그릇에 정성을 들여 물을 따른 뒤 단상 위에 다시 올려두었다. 그리고 신령님들에게 오늘도 손님 많이 오게 도와주십사하는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오방기와 부채 그리고 방울을 정갈하게 테이블에 올려두고 손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자 현관에서 방울소리가 들려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다가가 물어보았다.
“누구세요?”
“나다.”
“네?”
“나라고, 니 신어머니.”
“아 들어오세요.”
“니 신어머니 목소리도 못 알아듣냐?”
“나라고 하면 누가 알아들어요. 성함을 말해야 누군지 알죠.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너는 목소리 들으면 알잖아.”
“아무리 목소리 들어서 알아듣는다고 해도 이름도 말 안 하고 나다 하면 어느 누구도 몰라요.”
“이것이 사과도 안 하네.”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안 오시니까 누구인지 몰랐어요.”
“그래, 니가 잘하고 있는지 보려고 왔어. 그리고 해 줄 말도 있고.”
“네 말씀하세요.”
“다음 주에 내 신당으로 찾아와.”
무슨 일인지 의아한 표정으로 신어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신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자니 답답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네왔다.
“어우 답답해. 야!! 손님오시니까 너 더러 오라고 하겠지.”
“그러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죠. 제가 어떻게 내일 신어머니 신당에 손님이 오는지 어떻게 알아요”
“흠… 하여튼 내일 한복 단정하게 입고와.”
“네 근데요. 아무리 신어머니라고 해도 존칭은 써주시죠. 제가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아무리 신어머니래도 이렇게 반말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나는 니 신엄마야.”
“네 알죠 신어머니인 거. 그치만 사람이 예의는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흠….”
“근데 여쭈어 볼게 있어요. 오방기 파란색은 뭐에요?”
“그건… 법사님께 여쭈어봐야 해.”
“그럼 눈에 파란색이 보이는 건 뭔데요.”
“내가 법사님께 여쭈어 보고 말해줄게.”
항상 이런 식이었다. 찾아가도 TV만 보고 있고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신복도 방울도 부채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사게 만들었다.
“그런 건 니가 사는거야.”
“근데요, 그건 신어머니가 해 주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누가 그런 말을 해!!!!”
“왜 소리 지르세요? 제가 맞는 말한 거 같은데요”
“흠….그건 그쪽이랑 우리랑 틀린거고.”
“뭐가 다른데요?!!!”
“아이구!!! 어디서 말대꾸야.”
라면서 말을 돌리기 일쑤였다. 나는 할 수 없이 인터넷 또는 유튜브를 보면서 오방기의 색깔 또는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배워왔다.
신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짜증을 내면서 말하곤 했다.
“야..!! 그걸 나한테 물어봐야지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배우면 신어머니가 누가 있냐!!!!”
“신어머니께서 가르쳐주셔야 제가 배우든 하죠. 안 가르쳐 주셨잖아요.”
“…아이구야, 신당이 왜 이렇게 더러워~!!”
내가 맞는 말을 하면 꼭 저렇게 다른 걸 하시든가 아니면 딴청을 부리는 분이었다.
“좀 전에 청소했습니다.”
“여튼 물어보고 있으면 바로바로 전화해 알겠어!!”
“뭐 물어보려고 전화해도 안 받으시거나 법사님께 여쭈어보신다고만 말씀하시잖아요..”
“….받을 때까지 전화하면 되지.”
“그러면 전화 꺼두시잖아요.”
“…하여간에 내일 준비 잘해서 와.”
“네.”
신어머니는 내가 따지듯 말하자 황급히 일어나 신당에서 인사를 드리고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신어머니는 신발을 다 신으신 후 나에게 당부하듯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내일 준비 잘해오고.”
“네.”
“늦지 말고.”
“네. 근데 몇 시인데요?”
“아…! 오후 1시.”
“네 알겠습니다.”
“그래 나간다. 기도 열심히 하고.”
“알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그래.”
현관 앞에서 신어머니를 배웅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작은방으로 들어가 내일 입고 갈 한복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에서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한복을 고르다 말고 있던 손을 멈추고 다시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나는 또 신어머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래도 누구인지 물어는 보자 싶어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누구세요?”
“어 엄마.”
“어 들어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너 먹을 만한 거 가지고 왔지.”
“와 맛있겠다. 이건 뭐야?”
“진미채 볶은 거. 오른쪽은 미역줄기 그리고 볶음김치야. 잘 챙겨서 먹고.”
하 정말 신어머니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하였다. 이번엔 정말 신어머니와 싸우기라도 할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엄마는 가방에 있는 반찬들을 꺼내 놓았다.
“이거는 마늘쫑 조림이야. 그리고 이건 고추장 마늘쫑 담근 거야. 너 좋아하는 것들로만 만들었으니 잘 챙겨 먹어.”
“알았어. 진짜 고맙습니다~ 엄마.”
“응 맛있게 먹어. 그리고 이건 애기동자님꺼랑 애기선녀님 사탕.”
“우와 고마워.”
“네 많이 드세요~.”
애기동자님과 애기선녀님께서 사탕을 받자 갑자기 애기 목소리로 엄마에게 애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 애기 행동을 하다가도 금방 할머니나 다른 신령님들이 나타나 나와 엄마에게 호통을 내시기도 했다.
때마침 장군님께서 내 몸을 빌려서 나와 엄마에게 크게 호통을 치셨다.
“너무 많이 주지 마라!! 이 상한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리 애기동자라 해도 많이 먹으면 이빨 상해.”
“네. 조금씩 주겠습니다.”
몇 마디를 마치시고 다시 원래의 내 목소리로 돌아왔다. 엄마는 서둘러 냉장고에 반찬을 넣어 놓으며 단장에 예를 올린 후 내게 다가와 말하였다.
“밥 잘 챙겨먹고. 엄마 일 가야 해서 가볼게.”
“벌써? 더 있다 가지.”
“일 가봐야지 하루라도 더 벌어야지.”
“주말에는 더 있다가 가.”
“응 알았어.”
막 신발은 다 신은 엄마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때마침 문 앞에 점사를 보시러 손님이 서 있었다. 엄마를 배웅해드린 후 나는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서오세요. 혹시 예약하셨을까요?”
“아니요. 예약 안 하면 안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차 드릴까요?”
“물 한 잔만 주세요.”
“에 알겠습니다.”
“근데 타로도 보신다고 써 있던데 진짜 타로도 보세요?”
“네 봅니다. 사주로 신점도 보고 타로도 봅니다.”
“그럼 타로 먼저 봐도 될까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단상 위에 있던 타로카드를 조심히 내리면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신령님들에게 예를 가지고 말씀드렸다
“오늘도 점사 잘 보게 도와주시고 내담자가 좋을 일만 있기를 신령님들 도와주시옵소서.”
“손님, 단상 앞에서 신령님들에게 절 세 번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은 손으로 합장을 한 뒤 무릎을 꿇고 신령님 단상에 세 번의 절을 올린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타로카드를 다시 한번 섞은 후 내담자에게 말을 시작했다.
“타로 어떤 거 봐 드릴까?”
“제가 지금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승진도 할 수 있을까요?”
“네 신령님. 내담자께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할지 그리고 승진을 할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카드를 집어 올려 혼자서 조용히 신령님께 여쭈어 보았다. 잠시 카드를 썩은 후 다시 내담자에게 말하였다.
“자 타로카드 프로젝트를 생각하면서 세 장만 뽑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네 한장.. 두장.. 세장 그리고 마지막 한 장만 거 골라주세요. 승진 생각하면서 뽑아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타로카드에 적힌 점자를 보고 다시 내담자에게 이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 실력도 있고 회사의 열정도 많은데 주변 회사 동료에게 신뢰가 조금 떨어진 것 같아요.”
“맞아요. 조금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프로젝트는 같이 협동해서 하는 거 아닌가요?”
“네 맞아요. 근데 저랑 같이 하자는 사람이 없어요.”
“그럼 일단 프로젝트 전에 동료들에게 잘못한 거를 사과하시고 같이하자고 말해보세요. 동료들은 사과해 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근데 제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안 받아 주세요.”
“어떻게 대답한지는 내가 잘 모르지만 건성으로 친구들에게 사과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네.”
“그렇면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세요. 그러면 동료분들께서 용서해 준다고 해요.”
“네…”
“그렇면 프로젝트도 동료들과 화합하여서 무사히 끝난다고 해요 그리고 승진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나오네요. 지금은 프로젝트로 성과는 나올거다 말씀하세요.”
“아…감사합니다.”
타로카드를 펼친 거를 다시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말을 계속 이어서 했다.
“근데 언니야 남자 있어?”
“네? 아…네 결혼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근데 그 오빠 언니 짝 아니야. 그 사람 인성 쓰레기야.”
“진짜요?”
“성격 더럽지 않아?”
“맞아요.”
“삼 년 뒤에 언니야 진정으로 사랑해 줄 남자 나타난대.”
“아 그래요?”
“웅.”
갑자기 동자님께서 나타나 여자의 얼굴을 빤히 보며 질문하였다.
한참 동자님께서 가만히 계시다 오방기를 드시며 말씀하셨다.
“자 두 개만 뽑아봐.”
“네 여기 두 개요.”
“빨간색은 올 한해 몸 조심해야 돼. 사고 수 있어.”
“움직이는 거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움직여.”
“그리고 내년 봄에 이직이나 이사운 있어. 동쪽으로 가.”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언니야 운도 트여. 사고만 조심해.”
“네 조심하겠습니다.”
“운전하지 말고.”
“운전하면 다치나요.”
“웅.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가고 다음에 올 때 사탕 들고 와.”
“네 알겠습니다. 다음에 올 때 사탕이랑 과자 사 가지고 올게요.”
“웅.”
내담자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가방을 챙겨 일어나 단상에 상담비를 올려둔 뒤 현관으로 걸어나갔다. 손님이 나가기 전 나는 소금을 뿌려주고 부정을 쳐드린 후 손님에게 말씀드렸다.
“음…. 올해 여행가세요?”
“어머, 네 다음 주에 제주도 갑니다.”
“안 가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 가시면 몸도 마음도 다치셔서 오실겁니다.”
“근데 이미 약속이 되어 있는 거라서요.”
“그럼 할 수 없죠. 근데 명심하시는 게 좋으실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내담자는 다시 한번 고개를 깊이 숙이고 엘리베이터로 향하였다. 다시 신당으로 들어와 타로카드를 다시 단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오전이 그렇게 정신 없이 흘러가 버렸다.
그런데 그 이후 다른 손님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신당에서 예를 드리고 손님이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108배를 하루 종일 하였지만 오지 않았다.
상담을 하면서도 그냥 혼자 앉아있으면서도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무당이 맞는 건지 아닌 건지도 잘 모를 정도로 의문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의심을 해서 손님이 없는 건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다시 틀어 내가 필요한 신의 공부를 했고 타로도 다시 한번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시간은 무색하리만큼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작은방에 내버려 둔 한복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일어나 작은 방으로 향하였다.
내일 입고 갈 한복을 고르고 내일 입고 갈 외출복을 고른 뒤 물잔을 내려 다시 한번 물을 비우고 물잔을 조심스럽게 닦은 후 주전자에 물을 다시 받아 단상 위에 올려두었다.
다시 삼배를 드리고 초를 피운 후 조심스럽게 기도를 하던 중이었다.
그때 밖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초인종이 아닌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올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나와 같이 지내고 있는 윤보살이 들어오면서 조용히 작은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윤보살은 주전자에 물을 받으며 윤보살의 신당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때마침 신당에서 무언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윤보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야!!”
“왜 그래?”
“들어가다가 문에 부딪쳐서 주전자를 엎어뜨렸어.”
“조심하지. 기다려 봐 걸레 가지고 올게.”
“응 고마워.”
“아니야.”
화장실로 들어가 세숫대야와 마른걸레를 들고 다시 신당으로 와 손으로 더듬거리며 주전자가 엎어진 곳을 조심조심 걸어갔다.
또 다시 주전자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윤보살이 깔깔 웃으며 말하였다.
“키키키 둘이 안보이니까 이런 일이 생기네 키키키.”
“그렇게 말이야 이럴 때 우리 엄마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오늘 저녁에는 안 오셔?”
“응 아침에 다녀가셨어.”
“그렇구나. 보이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고생이다. 키키키.”
“일단 물이나 닦자 웃을 때가 아니야.”
“어 알았어.”
나와 윤보살은 물이 있는 곳을 더듬거리면서 닦기 시작했다. 마른 걸레로 한번 닦은 뒤 세수대야에 한 번 짠 뒤 다시 닦기를 반복했다.
그때 멀리서 초인종 울리는 소리가 들려와 나와 윤보살은 서로 번갈아 쳐다보다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누구세요?”
“아 여기 소경보살님 있으신가요.”
“네? 그런 보살은 없는데요.”
“아 맞다 시각장애인 보살님 있는 곳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누구 찾아오신 거죠?”
“아 저는 모보살님 찾아왔습니다. 안에 계시면 문 좀 열어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자 어느 남자가 진한 향을 풍기며 문앞에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문이 열리자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아, 안녕하세요. 모보살님이신가요?”
“네 맞는데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점사 좀 보고 싶어서요.”
“네? 저희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제가 예약을 안 하고 찾아왔네요. 근데 지금 예약 손님 없으시면 봐 주시면 안 될까요?”
윤보살과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남자 손님께 조심히 말하였다.
“일단 들어오세요. 이번 한 번만 봐 드릴게요. 다음에는 전화하시고 오세요.”
“네네 알겠습니다.”
“신당에 들어가셔서 삼배부터 부탁드립니다.”
“아 네네.”
그 남자 손님은 조심히 모보살의 신당으로 들어가 삼배를 올린 뒤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 윤보살이 그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마실 거 드릴까요??”
“뭐가 있을까요?”
“물이랑 믹스커피, 녹차입니다.”
“원두는 없나요.”
“없는데요. 혹시 필요하시면 카페에 전화해서 주문 해드릴까요?”
“아닙니다. 그냥 시원한 물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윤보살은 조심히 주방에서 컵을 찾은 뒤 정수기에서 냉수를 누른 후 조심히 신당으로 들고 들어오면서 이야기하였다.
“여기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네. 모보살 나는 내 신당으로 가 있을게.”
“응 알았어.”
“우와 시각장애인들도 무당이 있구나.”
남자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저곳 둘러보며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여기는 신성한 신당입니다. 자리에 앉아주실 수 있을까요?”
“아 알겠습니다.”
“여기 타로도 있고 신점 보는 것도 있는데 어떤 걸 봐 드릴까요?”
“오 시각장애인이 타로도 봐요?”
“네 봅니다. 보시고 싶으신 거 편하게 보세요.”
“근데 왜 화난 얼굴로 저를 보세요.”
그때 때마침 내 목소리가 아닌 할머니의 목소리로 쌀단지에 있는 쌀을 집어 남자에게 던지며 말하셨다.
“네 이놈 지금 니가 여기를 어디라고 찾아온 거야.”
“네? 갑자기 반말은 좀….”
“니가 지금 내 제자 놀리려고 이곳에 와서 점사를 보겠다 찾아온 거 아니야!!!”
“……”
“내 제자가 아무리 소경으로 본다고 해도 니가 무시할 아이는 아니야!!!!”
“저는 그냥 신점 보러 온 건데요?”
“내가 딱 보기엔 인터넷에 소경보살이라고 써 있는거 보고 찾아온 거잖아!!”
“점사 보기 위해 찾아온 놈은 아니야!!”
“……”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다시 한번 쌀단지에 있는 쌀을 집어 들어 남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예끼 이놈! 썩 나가거라!! 제자가 무당이라고 해서 소경보살이라고 장난치는 곳이 아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만 던지세요.”
“썩 꺼져!!!”
“에이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할머니는 다시 한번 쌀을 던지며 남자에게 화를 내시기 시작했다.
“재수는 네 놈이 없고!! 썩 가버려.”
“아씨 알았다고!!”
남자는 서둘러 현관문으로 달려가 신발을 들고 황급히 밖으로 뛰어갔다. 그때 할머니께서 주방에 있는 굵은 소금을 환관 밖으로 뿌리셨다.
“부정 타. 이런 놈 받으면.”
“감사합니다. 할머니.”
나와 윤보살은 신당으로 가 깊이 고개를 숙여 할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윤보살과 나는 다시 윤보살 신당으로 가 주전자를 주운 뒤 남은 물을 닦아냈다. 윤보살은 바닥을 닦으며 긴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하였다.
“후…. 근데 이런 그지 같은 손님만 오고 왜 제대로 된 손님은 안 오는 걸까?”
“그래도 할머니께서 내쫓아주셨잖아. 우리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이러다가 우리 신당 문 닫게 생겼으니 하는 말이야.”
“그렇긴 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렇게 하자…. 언젠간 오겠지.”
나와 윤보살은 신당을 다 정리한 후 물잔을 다 한 번씩 비우고 다시 채워 놓은 후 향을 피우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나와 윤보살은 단정하게 옷을 갈아입고 복지콜을 부른 후 빠진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그때 윤보살의 핸드폰에서 신어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
윤보살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니들 어디야 내가 빨리 오라고 했어? 안 했어?”
“아.. 지금 차 불렀습니다. 곧 출발할 거예요.”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네 지금 오전 10시에요. 여유 있게 준비하고 차 불렀는데 왜 그러세요.”
“…서둘러서 빨리 와.”
“네….”
윤보살은 전화를 끊은 후 한참 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하였다.
“근데 오후 1시라고 하지 않았나?”
“응 맞아.”
“근데 뭘 벌써부터 재촉이야. 짜증 나.”
“그렇게 가르쳐주는 거 하나 없으면서 오만 성질은 우리한테 다하네.”
“그러게 말이다. 아니 도대체 알아서 배워도 난리, 안 배우고 물어봐도 난리. 우리가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러니까 참 성격 이상해.”
그때 때마침 복지콜에서 전화가 울려왔다 윤보살은 전화를 받으며 기사님께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네 김민화 기사입니다. 한 15분 후에 도착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네.”
“뭐래?”
“응 15분 후 도착한대.”
“그럼 슬슬 내려가보자. 내려가서 기다리는 게 차라리 속은 편한 거 같은데?”
“그래 그렇게 하자.”
“응.”
나와 윤보살을 짐을 챙겨 지하 3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열림’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엘리베이터에서 ‘13층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오자 나와 윤보살은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지하 3층 버튼을 찾아 눌렀다. 한참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다가 지하 1층에서 문이 한번 열리면서 다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나 봐요.”
“네 밖에 일 있어서요.”
“아 한번 찾아가 신점 봐야 하는데 시간이 안 나네요.”
“천천히 시간 되실 때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 지하 3층이에요. 내리세요. 조심해서 내리세요.”
“감사합니다..”
그 사람은 우리를 먼저 안내해 주고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그때 옆에 계시던 기사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물어보셨다.
“아시는 분이세요?”
“아니요. 처음 보는 분인데요.”
“아 그래요?”
“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네에.”
기사님은 조용히 차를 몰면서 주차장을 빠져나가셨다. 신어머니가 계신 신당은 나와 윤보살이 있는 신당에서 30분 거리였다.
출발한 지 한 10분쯤 되었을 때였다 윤보살의 폰에서 신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윤보살은 조심히 핸드폰을 들어 올려 신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어디야?”
“지금 출발한 지 정확히 10분 됐어요.”
“빨리 오라고 분명히 했지.!!! 뭐 이렇게 굼떠.”
“선생님 12시 30분까지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12시는 와야지.!!!!”
나는 옆에서 그 소리를 듣고 윤보살의 귀에 ‘전화 나 줘’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 윤보살은 자신의 전화를 조심스럽게 내게 건네주었다. 아직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신어머니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여보세요?”
“누구야.”
“저 황보살입니다.”
“너도 같이 있어?”
“네 근데요. 왜 조용히 말씀하실 거 화를 내면서 말씀하세요?”
“뭐?”
“차분하게 말씀하셔도 되잖아요.”
“뭐라고?”
“그렇게 우리한테 화풀이하실 시간에 손님 맞을 준비를 하시는 게 어떠실까 싶은데요?”
“니가 저번부터 나한테 많이 따진다?”
“네. 따질 건 따져야죠.”
“네가 어제도 한시까지 오라고 했잖아.”
“네 그래서 가는 중이잖아요. 기다리시면 되잖아요!!”
“적당히 대들어야.”
신어머니랑 통화를 하다가 기분이 확 상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도 여전히 반말을 하는 신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화를 끊으려다가 다시 신어머니에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아무리 신어머니라고 해도 예의는 지켜주세요.”
“뭐?”
“신어머니만 신을 모시고 있진 않으신데 반말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워서요.”
“……빨리와!!!!”
“대답을 해주세요. 왜 말을 자꾸 피하시는데요!!”
“..내가 어린 너한테 존댓말 써야겠냐!!!?”
“네 당연하죠. 제가 신이 있건 없건 저희도 어른입니다!!”
신어머니는 내가 따지듯 말하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옆에서 윤보살이 통쾌한 듯 웃고 있었고 잠시 후 우리는 신어머니의 신당에 도착하였다. 기사님께서 출입문까지 안내해주셔서 조심히 계단을 올라갔다.
때마침 신어머니와 법사님께서 우리를 데리러 현관 밖에 나와 있었다.
법사님은 나와 윤보살을 보며 웃으며 인사하셨다.
“잘 있었어요?”
“네 잘 지내셨어요.”
“네 잘 있었죠. 오늘 손님 온다길래 먼저 와있었죠.”
“아 그렇셨구나. 히히.”
“뭐하고 있어. 들어왔으면 신당 가서 인사 올리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일단 한복부터 갈아입고 인사 올리겠습니다.”
“그래.”
나와 윤보살은 신어머니의 옷방으로 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한복을 입은 후 신당으로 가 신령님들께 삼배를 드린 후 다시 신어머니와 법사님 앞에 나란히 앉았다.
신어머니는 무서운 목소리로 나에게 먼저 말씀하셨다.
“아까 너 뭐라고 했어?”
“제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신어머니라고 해도 저나 윤보살도 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에요. 신어머니의 애동제자라 해도 함부로 반말하시는 건 아니죠.”
“그래 그건 당신이 잘못한 거야.”
“시끄러워요.”
“흠…”
“신어머니는 그야 저희에게 가르쳐주시고 저와 윤보살은 배우는 입장이래도 같은 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인데 존중 부탁드립니다..”
“……”
신어머니는 아무 말 못 하고 조용히 거실로 나가셨다.
나는 그런 신어머니를 외면하고 법사님과 윤보살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만 했다.
그때 신어머니의 신당에 초인종이 울리고 손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신어머니는 우리에게와 달리 손님에게는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이구 어서오세요. 무엇 때문에 오셨어요?”
“그건 선생님께서 맞추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하하… 혹시 올해 결혼하려고 하시나?”
“아닌데요.”
“그러면 올해 이직하려고 오신 거 같은데요.”
“그것도 틀렸습니다. 저는 올해 승진할 수 있을지 보려고 온 건데요.”
“아…. 아이구 제가 실수 했네요. 호호호.”
“……”
손님은 한참 신어머니를 쳐다보다 나와 윤보살님을 보고 신어머니께 물어보았다.
“이분들은 누구세요.”
“아 제 제자예요. 둘 다 소경으로 본다고 해서 소경무당이라고 부릅니다 호호호.”
“아….”
그 손님은 신어머니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이야기하셨다.
“그럼 저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올해 팀장이나 과장 승진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으신 건가요?”
“오 맞아요.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데 승진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어려울 듯해요.”
“왜요?”
“올해 지나서 내년 봄이면 과장 승진하실 수 있다고 하세요.”
“아….”
“아니시면 사실대로 말씀해주셔야 해요.”
“아니에요. 맞긴 한데 부서 이동해서 승진인지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에서 승진인지 궁금한 거라서요.”
“그러면 부서 이동이 결정되신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네 아직 어디로 부서 이동할지는 결정 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궁금해서 왔습니다.”
“그건 저희가 결정 내려드릴 문제는 없습니다만 내년 봄이면 승진운이 있긴 있어요.”
“아 그래요.”
“네 최근에 누구 돌아가신 분은 없으시죠?”
“네 없어요.”
그때 신어머니께서 내 말을 다 마치기 전에 끼어들어 말씀하셨다..
“아이구 억울하게 동생 있지 않아요.”
“아니요, 저는 언니 셋인데요….”
“그러면 죽은 언니는요.”
“다 살아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 죽이진 마시죠.”
“그럼 친척들 중에서는 없어요?”
“네 없는데요.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하나도 맞추지도 못하면서 신당하셔도 되는 거예요.”
“아이구 손님 저희 제자들이 아직 애기들이라서 그래요.”
“저는 그쪽에게 점보러 왔지. 이분들한테 점보러 온 건 아니잖아요?”
“….그럼 아까는 왜 물어본 건데요.”
“그건 그쪽이 너무 못 맞추니까 물어본 거고요.”
“그래도 점사비는 내고 가요.”
“보지도 못하는 곳에 점사비 내기 아깝네요. 그럼 이만.”
여자는 나에게 점사비 2만 원을 건네주며 조용히 신발을 신은 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신어머니는 화가 난 목소리로 우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씨 이것들아 손님을 그따위로 점사 봐주는 애들이 어딨어.”
“저기 그건 선생님 손님이잖아요. 저희한테 점사 보라고 하신 거 아니지 않나요.”
“맞아요. 한번 봐보라고 하신 것도 아니라 저희는 옆에서 지켜본건데요.”
“그럼 아까 모보살 너는 왜 점사봤는데.”
“그건 손님께서 여쭈어 보니까 말한거구요. 그걸 저한테 따지실 건 아니잖아요.”
“뭐?”
“그리고 솔직히 저희도 이게 맞는지 아직도 의심이 드는데 손님들이라고 안 그러겠어요.”
“뭐?”
신어머니는 손을 들어 내 빰을 때리려는 행동이 얼핏 보였다. 그때 법사님께서 신어머니를 말리면서 말씀하셨다.
“아이구 왜이래 왜 괜히 엄한 곳에 화풀이야. 그건 쟤들 말이 맞아 당신 점사 보라고 부른 건데 왜 쟤들한테 화풀이에 빰까지 때릴려고 그래. 그건 아니잖아.”
시어머니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법사님을 밀친 후 다시 내게 다가와 말하셨다.
“너 다시 한번 말해.”
“맞잖아요. 제 말이 틀리지 않잖아요. 이러실거면 퇴송해주세요. 윤보살도 저도 퇴송해주세요. 왜 저희가 신어머니의 화풀이 대상이 돼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내가 이 길이 맞는 건지 의심이 가득한데 이건 도가 지나치네요.”
신어머니는 내가 한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으며 나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퇴송? 내가 왜?”
“신어머니께서 받으라고 하셔서서 받은건데 제가 이런 대접까지 받고는 더 무당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요.”
“맞아요, 저도 퇴송해주세요.”
“너희 돈 있어? 돈도 없이 퇴송을 하겠다고.”
“지금보다는 힘들지는 않겠죠.”
“차라리 평범하게 사는 게 속 편해요.”
윤보살은 나와 함께 신어머니에게 대들자 법사님께서 웃으시던 얼굴을 거둔 후 우리에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얘들아 아무리 너희 신어머니가 잘못했어도 퇴송하겠다는 말은 아니지.”
“솔직히 신어머니께서 저희에게 가르쳐주신 게 있으세요?”
“……”
“없잖아요. 뭐 물어보려고 하면 전화도 안 받으시고 법사님께 물어보겠다하고 전화 한 번 주신 적 있으세요?”
“……”
“그리고 신당오셔서 저희에게 뭐 하나라도 가르쳐주신 거 있으신가요?”
“….당신 정말 그랬어? 나는 니 신어머니에게 전달받은 게 없어.”
“그러니까 저희 퇴송해주세요.”
신어머니는 내와 윤보살이 옷방으로 들어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못 들은 척하며 복지콜을 부른 후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신어머니는 내게 다가와 화난 목소리로 말하였다.
“니들 이대로 나가면 나랑 다시는 못 볼 줄 알아.”
“네 알겠습니다. 퇴송해주신다고 할 때 전화주세요. 가자.”
“응,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우리는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신당 안에서는 아직도 소리를 지르는 신어머니와 그걸 말리는 법사님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사십 분 후 우리는 신당으로 들어와 각자 가져갈 물건만 챙기고 복지콜을 불러 각자의 집으로 향하였다. 신어머니는 나와 윤보살에게 돌아가며 전화를 했지만 우리는 받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퇴송을 무료로 해주시겠다고 법사님께서 전화가 왔고 무사히 퇴송을 한 후 평범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핸드폰에 익숙한 전화번호가 내 귀에 들려왔다. 나는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 윤보살, 아니지 이젠 라엘이지 히히 잘 지냈어?”
“응 나야 잘 지내지. 넌 잘 지냈어?”
“응 잘 지내지. 요즘 뭐하면서 살아?”
“나는 다시 복지관 다니면서 지내고 있어. 너 복지관에 안 와?”
“가야지. 근데 아직은 겁이 나서 섣불리 무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럴만하지. 나도 엄마가 밖이라도 나가라니까 나가는 거지 그냥 집에서만 있고 싶은 심정이야.”
“그치……”
“응 언제 한번 복지관에 나와 커피 한 잔 마시자.”
“응 알았어. 복지관 가면 전화할게.”
“알겠어 잘 지내고.”
“응 너도 잘 지내.”
그렇게 전화를 끊고 혼자서 점자책을 읽던 어느 날 우연히 신어머니 아니지, 채보살의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가 나간 후 다시 신제자를 들였지만 죄다 오래 견지디 못하고 퇴송과 소송을 당했다고 들려왔다. 나와 엄마는 천벌을 받은 거라고 당해도 싸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뉴스에서 채보살의 뉴스가 흘러놨다.
“속보입니다. 신을 받아야 한다고 사람들을 속여 신굿을 하고 돈을 갈취한 채씨를 체포하였습니다.”
“네 채보살은 여러 장애인들과 일반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제자가 돼야 한다 사기를 친 뒤 손찌검까지 했다고 합니다.”
“한편 다른 피해자분들이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나와 엄마는 뉴스를 보다 TV를 꺼버리고 나와 엄마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이야기하였다.
“아주 잘된 일이다. 그렇게 사람이 용하면 언젠간 벌을 받는 건데 그것을 이제와서 받은 것 뿐이야.”
“응 언젠간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아마 그렇겠지? 우리가 서로 상처가 지워진 뒤 말할 거야. 지금은 상처받은 거 다 잊어버리는 게 우선이야.”
“응.”
얼마 후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번호에 뜬 이름은 채보살이였다.
나는 전화를 안 받으려고 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할지 들어보고자 핸드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채보살이 먼저 이야기하였다.
“다은아 잘 지냈어?”
“네 누구세요.”
“누구긴 나야. 니 신어머니.”
“저 무당 아닌데 전화 잘못 거신 거 같은데요.”
“에이 왜 너 나한테 신굿 했잖아.”
“제가요? 전 그런 적 없는데요.”
채보살은 내가 본인을 모르는 척하자 또다시 화난 목소리로 말을 이어서 했다.
“야!!! 이게 어디서 모른 척이야.”
“누구신데요. 모른다는 사람한테 이게 무슨 무례한 태도이신가요.”
“야 나 좀 도와줘라.”
“제가 왜요?”
“니가 내 신제자라고 말만 해줘.”
“그러니까 제가 왜요. 전 그쪽 신제자도 아닌데 이만 끊습니다.”
“야!!!”
나는 그렇게 채보살의 말을 무시한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 혼자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그걸 본 엄마는 나에게 다가와 물어보셨다.
“왜 그래 누군데.”
“아니 키키키 채보살.”
“근데 왜 그 여자가 뭐 때문에.”
“아… 나한테 자기 신제자라는 이야기 와서 해달래.”
“미쳤구나.”
“그러니까 그래서 그쪽 모른다고 하고 끊어버렸어.”
“잘했어.”
“사람 일이라는 게 아무도 모르는 거라니까.”
“맞아 저런 심보로 살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그 여자가 천벌 받은 거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윤보살은 나에게 전화해 자신에게 신제자라고 말이라도 해달라고 사정사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보살도 나처럼 거절하고 그대로 끊어버렸다고 한다.
나와 윤보살은 좋은 친구로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씩 절에 가서 부처님께 절을 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늘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가족이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울 엄마 건강하게 해주세요.”
“우리 딸 아프지 않고 앞으로 좋은 짝 만나게 도와주시옵소서.”
소원을 빌면서 다시는 무당집에 가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내가 무당이 되어보니 얼마나 힘이 든 일인지 알았다. 물론 올바른 신을 모시고 있는 무당도 있겠지만 사기꾼 무당도 존재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무당들도 뭣 모르고 스스로 무당집에 들어가 사기당한 우리들도 모두 다시는 똑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 올렸다.
나와 엄마는 절에서 나와 집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우리 이제 우리만 믿고 살자. 무당집은 다시는 쳐다보지도 말자.”
“그래 그렇게 하자.”
“응 언젠간 우리에게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 믿어.”
“엄마도 우리 딸한테 그리고 엄마한테 좋은 일만 있었음 좋겠다..”
“그럴 거야. 걱정마..”
어느 날 지나가다 채보살의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채보살은 모든 걸 잃어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기도를 드렸다고 하지만 더 이상 점사를 볼 수도 돈을 벌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돈이 없어 굶어 죽게 생겨 여기저기 돈을 빌리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 신어머니가 우리 집으로 찾아오셨다. 신어머니는 잔뜩 화가 나신 얼굴로 우리 집 문을 있는 힘껏 두드리셨다. 누구인지 딱 알만한 목소리였다.
“야!!! 문 열어. 내가 너 때문에 망했어!!!”
“왜 저 때문에 망하시는데요!!! 그거 다 신어머니 잘못이잖아요.”
“괜히 저희한테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뭐!!!!! 너 당장 나와!!!”
“당장에 가세요. 신고하기 전에!!!!”
“신고해 봐 어디. 내가 오늘 너 가만히 안 둘 거야!!!!”
“마지막 발악이시군요!!!”
“나와 나오라고!!!!”
“조용히 하세요. 다른 집에서 민원 들어와요!!!”
신어머니는 사람들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우리 집 현관문을 있는 힘껏 발로 차기 시작했다.
멀리서 경비아저씨께서 신어머니를 끌고 가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주머니!!! 남의 집 앞에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놔!!! 니깟놈이 뭔데 나를 끌고 가!!”
“하 이 아주머니 안 되겠네. 경찰서로 갑시다. 그리고 현관문 수리비도 청구하겠습니다.”
“수리비?!!! 얼마인데 내가 물어주면 되잖아!!!”
“지금 보니까 문이 완전히 찌그러져서 한 돈 50만 원은 주셔야 합니다. 문을 아주 갈아버려야 되서요.”
신어머니는 50만 원이라는 소리에 갑자기 비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경비아저씨 조금 깎아줘요. 내가 이걸 다 어떻게 내요. 나 돈도 없어.”
“돈 없으면 신고해야죠. 경찰서 가서 고소당하기 싫으면 현관문값 물어내던지요.”
“아이구, 내가 그렇게 심각하게 찌그러뜨린 것도 아닌데요.”
“이걸 보고서 말하세요!!!”
신어머니는 마지막까지도 깎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끌려 나갔고 점점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경찰서에서도 진상을 부렸다고 전해 들었다. 조사를 진행하던 중 사기 전과가 수십 개가 드러나 구속되었고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주장하다가 자기 성질을 못 이겨 자기 스스로 자결했다고 들었다.
가끔 꿈에서 그 신어머니가 꿈에서 화난 얼굴로 나타나 사람을 깜짝깜짝 놀래키셨다.
꿈에서 사람을 한참 괴롭히던 신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무당이 되고 다시 퇴송을 한 후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촉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신을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냥 촉이 좋은 것 뿐이란 것을. 정말로 옳은 신을 모시고 계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사기꾼 무당 때문에 올바른 신을 모시고 있는 무당들도 괜스레 욕을 먹고 있는 것 같다.
“무당집에 가서 점을 보는 것은 좋다. 하지만 너무 무속에 빠져들지는 말고 그저 참고만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2026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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