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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2026 힐링하는 글쓰기] 정명섭: 그녀가 죽은 이유

조회수 11 작성자 아이**04 등록일 2026-08-14 좋아요 0

도서명2026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빛이 될 때

저자권희정, 김영락, 민경, 수연, 안시아, 엄다솜, 이민혁, 정솔,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소설] 그녀가 죽은 이유

 

김 형사와 이 형사는 유리문에 기댄 젊은 여성의 시신을 바라봤다. 머리 위쪽이 둔기에 맞아서 부서지는 바람에 눈썹 위쪽은 전부 날아간 상태였다. 손으로 코를 살짝 가린 김 형사가 위에서 내려오는 계단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호두까기 짓이겠지?”
“사람 대가리를 이렇게 정성껏 박살 내는 놈이 걔밖에 더 있겠어?”
두 사람은 살인의 흔적을 찾아 계단을 올라갔다. 서울 외곽의 월령시의 지식산업센터는 건설 도중 건설사가 부도가 나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건설사와 시행사가 법적 분쟁을 일으키면서 건설이 중단되었다. 그곳에 연쇄 살인범 호두까기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피해자의 머리를 호두처럼 터트려 버린다고 해서 호두까기라는 웃픈 별명이 붙었다. 벌써 몇 번이나 살인을 저질렀지만 경찰은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온갖 비난은 물론이고 특별한 목적 때문에 호두까기를 일부러 안 잡는 것이냐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김 형사와 이 형사가 근무하는 월령 경찰서 앞에도 그런 내용으로 1인 시위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축축한 공기와 함께 계단을 밟고 올라간 두 형사는 3층에 도착했다. 비닐을 커튼처럼 쳐놓은 공간은 햇살이 미처 들어오지 못하고 눅눅하게 걸쳐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비닐 너머에는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덧신에 방호복을 입고 미세 증거를 채취하고 있었다. 가운데 의자가 있었는데 루미놀을 뿌리면서 미세 증거를 확보하는 중이었다. 의자 옆으로는 쇠사슬과 케이블 타이들이 보였다. 이 형사가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서 입에 넣으며 말했다.
“붙잡혀서 저기에 묶여 있다가 운 좋게 탈출한 모양이군.”
이 형사가 건넨 사탕을 거절한 김 형사가 방금 올라온 계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기로 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문까지 도달했군..”
껄렁하지만 나름 베테랑은 두 형사는 붙잡힌 피해자가 필사적으로 도망친 루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그 다음으로 말한 건 이 형사였다.
“그런데 왜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 거지?”
사탕을 오른쪽 뺨에서 왼쪽 뺨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면서 눈알도 함께 굴린 이 형사가 김 형사에게 물었다.
“문이 잠겨 있었나?”
“아니, 처음 신고를 받고 진입한 순경 말로는 그냥 당기니까 열렸다고 했어.”
“그러면 피해자가 다리에 상처를 입었던 걸까?”
잠깐 생각하던 김 형사가 고개를 저었다.
“다리는 멀쩡했어. 그리고 다리를 다쳤으면 3층이나 내려갈 수는 없었겠지.”
두 사람은 다시 올라온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시신이 옮겨진 상태였다. 하지만 핏자국을 비롯해서 참혹한 흔적들은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피해자가 열지 못한 문을 살펴봤다. 알루미늄 샷시로 된 문은 특별한 잠금장치가 없었다. 이 형사가 계속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와중에 김 형사가 손가락으로 문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인이 저기 있네.”
이 형사는 위쪽을 바라봤다.
“왜? 걸쇠라도….”
이 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곳에는 아크릴판으로 큼직하게 글씨가 적혀 있었다.
- 당기시오.
김 형사가 쓴 한숨을 내쉬면서 이 형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형사가 사탕을 건네자 뽀시락 거리며 비닐을 벗겼다.
“저걸 못 보고 계속 밀었나 봐.”

 

* 2026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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