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29 등록일 2025-09-26 좋아요 0
소설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과학기술이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탐구해 온 저널리스트-작가 장강명이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만나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 ‘먼저 온 미래’를 돌아보고, 인공지능이 문학계를 비롯한 여러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한 르포르타주다. 장강명은 터미네이터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전문가의 권위와 자부심을 부수고, 일과 경험을 변질시키고, 우리가 추구하던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파고 이후 프로기사들은 평생 알고 있던 이론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인공지능에게 다시 바둑을 배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에게 바둑은 예술이자 철학이었고, 프로기사로서의 삶은 바둑의 최고 권위자라는 자부심을 의미했다. 알파고와의 대국 3년 후 이세돌 9단은 바둑계 은퇴를 선언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어린 시절, 바둑은 예술과 같은 것으로 배웠다. (…) 내가 배웠던 예술 그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바둑을 공부하는 방법, 바둑을 관전하는 문화, 바둑을 통해 추구하던 가치가 모두 달라졌다. 장강명은 다른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리라 전망한다. 압도적인 실력의 인공지능이 헐값에 보급되는 것.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며,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에 따라야 하는 것. 예컨대 소설 쓰는 인공지능이 매일 위대한 장편을 288편씩 내놓을 때 소설가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책은 바둑계의 경험을 거울삼아 우리 모두가 마주할 근미래의 풍경을 서늘하게 보여준다.